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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죽공예 개초보다

처음엔 집사람하고 30만원내기 고스톱을 쳤다. 돈이 없다면서 무슨짓이냐고?

집사람따라 대구를 내려와 친구들이 있길 하겠는가. 회사랑 집만 왕복하니 나를 위한 선물이 도대체 뭘까 하다가 [내기를 이긴사람이 생활비 30만원을 누구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용권]을 걸고 고스톱을 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겼다.


이런 커다란 용돈을 어떤 새로운 취미에 쓰면 좋을까~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짓누르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레고한정판, 퀼트, 목공예, 싸구려태블릿 같은걸 뒤지다가.. 좀더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서 좀더 검색하던 중, 30만원에 어느정도의 도구와 재료를 살 수 있는 가죽공예란걸 보게됐다.


공방을 가진 못했지만.. 초보자용 도구들과 싼 가죽들, 그리고 책한권으로 신나게 시작한 가죽공예는 이제 제품을 만들어 파는 지경까지 왔다.


물론 아직 이탈리아 잘생긴 형들의 솜씨를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말이다.


서론이 무척 길었다. 


이 카테고리는 개초보가 나와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개초보를 위해 제작기를 남기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오늘은 매우 사치스럽게도 가죽으로 마우스패드를 만들어볼까 한다.




조만간 이사를 또 가야해서 임시로 책상에 짐을 풀어놨다.(내가 이렇게 정신 없는 사람이 아니란 걸 적극적으로 해명중이다) 이 임시작업대엔 지저분한 것 투성이지만 마우스패드가 없어서 자투리가죽 위에 마우스를 사용중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비싼가죽 마우스로 상처내고 있는데 그냥 정식으로 마우스패드로 만들어주자.



주로 작업은 재단판 위에서 한다. 재단판은 cm단위로 격자가 그어져있어서 정말 편하기도 하고, 칼로 그어도 흠집을 숨겨주는 마법같은 고무판이다.


가죽을 자를 땐 자를 대고 바로 자르지 않는다. 칼날이 자와 마찰해서 날이 나갈수도 있기도하고 가죽이 상할수도 있다. 그래서 자와 은펜(시중에 파는 젤리펜)으로 선을 그어놓고 선을 보며 자른다.

가죽칼, 일반 커터칼 아무거나 써도 되지만 가죽칼이 일자로 안삐뚤게 긋기 좋다.




3mm 두께의 베지터블 가죽으로(보통 벨트용으로 흔히 보는 통가죽 - 가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른 단면은 이렇다. 가죽칼 사진을 따로 못찍었는데, 윗 윗 사진 재단판 위에 손잡이달린 칼이 가죽칼이다. 저건 초보자셋트에 있던 것을 계속 갈아서 쓰는 중인데 나중에 좋은 칼을 구하게 되면 같이 포스팅하는걸로.. ㅠㅠ


가죽칼은 날이 깎인쪽을 재단면으로 오게 잡고 자르기 때문에 이렇게 재단면이 수직으로 깨끗하게 떨어지려면 칼을 살짝 비스듬히 쥐고 잘라야한다. 이것도 몇번 자르다보면 손이 기억한다.




윗면은 천연태닝한 베지터블 가죽의 살아있는 모습을 남겨두려고 재단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절대 귀찮아서가 아님


두께가 3mm인걸로 봐선 어느 소의 어깨 부분이었겠지... 엄마를 따라다니며 젖도 먹고 친구들과 들판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그 어떤 소의 어깨겠지... 소야 미안해!

눈물을 훔치고 작업을 이어간다.




가죽 윗부분은 그대로 두기로 했고. 아랫부분은 둥글게 깎아주려는데, 촬영당시 둥근 자가 없었다.(포스팅하는 지금 좀전에 사왔음!)

도구가 없을 땐, 이렇게 군인정신으로 해결한다.




둥근 모서리를 깎을땐 둥글게 그어논 선을 따라 다이내믹하게 쭈욱~ 자르게되면 가죽이 울게된다.울지마ㅠ

사진에서 보이듯, 둥근 선을 따라서 큰삼각형 작은 삼각형 계속 가죽칼을 꾹꾹 눌러서 둥글게 될때까지 깎아준다.

사실 저것도 완벽하게 된건 아닌데 남은건 그냥 사포로 다듬기로 했다.




재단이 완료된 모습.




모서리를 깎을 때 쓰는 엣지 베벨러(아무리봐도 발음은 베블러일것 같은데 다들 이렇게 부른다).

왼쪽은 교신엘르 제품이고 오른쪽은 어디서 만든건지 모르겠다..(초보자키트에 있던 것)


처음엔 초보자키트에 있던 베벨러를 쓰다가 이건뭐... 아니다 싶어서 교신엘르 제품을 샀는데 처음 깎는 순간부터 감동이 밀려온다.(이것도 중급제품으로 더 비싼친구들도 있다.)


입문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것이다. 도구 두번사지 말자...

가급적 초보자키트를 사는 것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과 거기에 필요한 [괜찮은] 도구들을 하나씩 모아가야 도구를 두번 사는 불상사가 없다.


가죽공예는 도구 모아가는 맛도 상당하다.




가죽 윗면쪽 아랫면쪽 모두 베벨러로 깎아준다. 이렇게 옆면을 안깎으면 옆면 후가공하면서 모서리쪽이 짓눌려서 모양이 망가질 수 있다. 어떤 느낌인지 아실거라 믿는다.




가죽의 옆 단면은 매우 거칠기 때문에 이렇게 마감처리를 따로 해준다.

옆면처리는 보통 엣지코트(기리메)나 토코놀 마감을 추천한다. 난 토코놀로 옆면의 자연스러운 가죽결을 남기는 걸 좋아한다.


왠지 내 얼굴에 바르고 싶은 비쥬얼의 토코놀(제일 왼쪽부터)과 작은 그릇, 우드 슬리커와 매직블럭, 사포가 필요하다.


교신엘르의 우드슬리커와 초보자키트에 있던 우드슬리커를 나란히 찍었다. 뭘 사용할지는 누가봐도 알 듯하다.




토코놀은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다. 점도가 약간 있어서 가죽결을 잘 잡아주는 듯하다.

난 손이 끔찍하게 작은 관계로 아주 소량을 덜었다.




단면이 촉촉해지게 바른 뒤에




슬리커로 문질러준다.

군대에서 휴가나갈 때 군화 광내던 정성으로...




작업을 한번 하면 이정도 모양이 난다.

반복해서 사포로 갈아주고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 반복하는 만큼 결과물은 나오지만 나는 쿨가이라 이정도로 만족하고싶다.겁나 게으름




400방이었나? 600방이었나, 암튼 주변에 있던 고운사포로 옆면을 고루 문질러줬다.(베벨러로 깎은 자리도 사실 좀 각이 지기 때문에 토코놀도 잘 흡수되라고 문질러준다)




토코놀을 바르고 또 문지르면 이렇게 된다

물을 발라서 문질러도 이런 광을 낼 순 있지만 물이 마르면서 광은 자연히 없어진다.



원목 나뭇결을 보는 것 처럼 뭔가 우아하다.




그다음엔 이 녹슨 크리저가 등장했는데...

이것도 초보자키트에 있던 크리저인데 날이 너무 두껍고 둥근데 그냥 철에 피막처리를 한건지 날을 직접 갈아서 쓸 수도 없게 돼있다. 근데 크리저가 이것 밖에 없어서 일단 자투리가죽에 한번 그어보고 쓰기로 했다.




크리저를 불에 달궈서 쓰면 좀더 선명한 크리징라인을 그을 수 있다.

크리저로 이렇게 그어서 장식선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바느질 할 경우 치즐로 바늘땀 넣을 때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오 크리저 빨리 사야지...(과연 언제?)




간격이 너무 넓다.. 어쨌든 안한 것보단 난 것 같다.




이제 바늘땀 표시를 할건데 왼쪽 두놈은 유럽형 치즐이라 불리우는 일자 사선치즐이다. 오른쪽은... 초보자 키트에 들어있는 다이아몬드 치즐이다. 뭘 사용할지는 이제 딱 보면 아실거고, 난 아무리봐도 다이아몬드 치즐은 필요가 없어보인다. 그냥 일자 치즐이 바느질하면 예쁘다. 보시는 제품은 일자 치즐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베르제 블랑샤르의 제품이 진리템인데, 이건 언젠가 구입하게되면 포스팅하는걸로...




가죽공예 책들이나 판매 사이트엔 치즐을 대고 망치로 찍어서 구멍을 내라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치즐은 이렇게 가이드로 손으로 눌러서 찍어주고 바느질하기 전에 마름송곳으로 뚫어서 사용해야 구멍이 예쁘게 유지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찍은 끝부분에 다시 치즐을 대면 일정간격을 유지하며 찍을 수 있다.



모서리는 2날 치즐로 한다리는 전구멍에 넣고 돌려가며 다음 구멍을 찍는다.

치즐은 손으로 누르는게 예쁘고 고르게 구멍을 낼 수 있어서 2날치즐이랑 4~5날치즐 정도를 같이 써주면 적당하다.




원래는 치즐을 크리징라인 끝에대고 찍어야되는데 난 크리징라인이랑 바늘땀을 따로 장식으로 쓰려고 좀 벗어나서 찍었다.




이렇게 밑에 두꺼운 가죽을 대놓고 사진에 보이는 마름송곳으로 꾹 꾹 눌러서 완전히 관통시킨다. 균일한 각도로 관통해야 바느질 후 뒷면의 땀이 고르게 나온다.


이 마름송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번에 구입한 베르제 블랑샤르의 제품이다!!!!! 너무 신난다.

마름 송곳은 비싸지 않아서 하나 사봄...




후... 그다음은 바느질이다.

이 실도 이번에 구입한 린르토르 N.24(린카블레532급 굵기) 크림색인데, 제품의 사이즈에 맞게 치즐을 고르고, 치즐의 날간격에 맞는 실 굵기를 사용해야 한다.


난 좀 큰 소품에 쓰는 9호날로 날간격이 3mm짜리라 린르토르 N.24과 바늘은 존제임스 4호를 썼다. 저 실 한덩이가 3만원가까이 하지만 미터당 가격은 부담스럽진 않다. 그래서 나일론 실이나 초급자용 초실로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 초급자 키트에 있던 굵은 초실로 만든 열쇠고리가 떠오른다...(첫 작품이라고 아끼며 쓰고 있지만 눈물이)



이렇게 왁스와 실을 움켜쥐고 이탈리아 미남형들을 떠올리며 반대쪽 손으로 실을 쫙~~ 간지나게 잡아당기며 실에 초를 바른다.(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난 두번정도 발랐다.


이렇게 실에 초칠을 하여 비쥬얼과 내구성을 올려준다.




가죽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새들스티칭을 할건데, 천에 바느질 하는 것과는 다르게 가죽은 한줄의 실로 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바느질 중 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이런 방법으로 잡아준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바늘 하나정도 길이만큼 실을 남겨서 바늘로 균일한 지점마다 실을 관통해준다.

(아래 사진도 참고)




실을 세번 관통하면 이런모양이다.




이렇게 관통된 제일 끝부분을 잡고 안쪽으로 당겨주면




이렇게 세번 관통해서 안빠지는 공갈매듭(용어가 따로 있나? 내가 맘대로 이름붙임)이 완성된다

이정도만 해주면 바느질이 끝날때까지 바늘이 도망가지 않는다.


실 양쪽 끝을 두개의 바늘에 이렇게 매듭을 만들어주고



이렇게 관통한다음 신발끈 끼울때처럼 양쪽 실 길이를 맞춰준다.




치즐로 구멍낸 사선에서 아랫쪽을 먼저 관통시키고 그 후에 이 왼쪽에 있는 바늘을 구멍 윗쪽으로 넣어준다.

이때 뒤에 있는 실들과 엉켜서 묶이지 않도록 신경써준다.



양쪽 다 관통한 다음 이렇게 쭉 당겨주고 양손으로 잡아서 꽉 한번 조여준다. 이때 바늘땀을 조여주는 힘을 균일하게 해야 바늘땀이 고르게 예쁘게 자리잡는다.


원래 포니에 가죽을 고정해서 바느질해야 하는데 아직 이삿짐을 안풀어서 포니가 안보인다..




몇땀 후 모습.


이렇게 실이 관통하는 순서를 똑같이 유지해야 사선구멍을 따라 일정한 모양으로 실이 자리잡는다.




이렇게 끝까지 균일한 힘과 균일한 인내심으로 반대쪽 끝까지 오면 다시 두~세땀 정도 반대방향으로 왕복해서(튼튼한 마무리를 위해) 실을 안보이는 가죽 뒷면으로 다 뺀다.


그 다음 바늘에 본드를 찍어서 구멍속에 콕콕 눌러서 가죽과 실이 하나되게 만든다.

본드는 그냥 돼지표 본드같은 찐득한 그런 본드다. 본드로 마무리하고 실끝은 쪽가위로 잘라버린다.(사진을 분명찍었는데 어디갔는지 ㅠㅠ)


난 이 반대방향까지 오는데 바느질 길이의 네배정도 되는 실로 한번에 매듭지었다.

보통 바느질하면 3배 길이로 실을 잡고 하면 되는데 이건 가죽두께가 3mm라 네배 길이로 했는데도 아주 빠듯하게 완성됐다.


실이 모자라서 중간에 매듭을 짓고 또 하게되면 수고도 수고지만 모양이 좀 그렇지 않은가.



보시는 제품은 캐럿에센스다. 아주 고오급 구두약 같은거라고 보시면 된다. 이걸로 표면을 마무리 해야 더 고급지고 가죽이 오래가는데, 집에 있는 다른 가죽에도 발라주심 좋다.


뚜껑이 깨진 제품이라고 만원에 팔길래 덥석 샀다!! 우왕ㅋ굳ㅋ




이렇게 덕지덕지 칠하고(이것보다 더 얇게 발라도 된다 생각보다 정말 조금만 발라도 다 발라진다) 극세사 천 같은걸로 전투화 광내듯 계속 문질러준다.




이건 롤러인데 바늘땀을 이렇게 롤러로 눌러주면 좀 예쁘게 펴진다.




개판인것 같지만 접사라 그렇다!(좋은 도구와 장인의 솜씨였다면 더 예뻤겠지만..)




롤러로 눌렀더니 크리징라인까지 없어져서(망할크리저) 크리징 라인도 한번 더 그었다.


역시 멀리서 보니까 바늘땀이 그럴듯해




이렇게 바늘땀을 정리하고 가죽에센스를 발라주면 뭔가 만든 것 같다.




원래 노트북에 쓰려고 무선마우스 샀는데.. 건전지 갈기가 귀찮아서 놀던 게이밍마우스를 꼽아놨다...

마우스 포스팅인지 패드 포스팅인지 모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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